티스토리 뷰

헬조센

연애론

프로매국노 2018. 11. 18. 08:59

어릴적 대부2의 로버트 드니로를 보며 항상 했던 생각은 '남자란 주도면밀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욕심이 매우 많았다. 다만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와, 방법에 대한 앎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면 가지고 싶은 것 앞에서 땡깡을 부리는게 전부였던, 골칫덩어리에 불과했던 것 같다.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선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사실을 알게 된건 20대 중반쯤이었다. 세상에 공짜란 없었다. 더군다나 남들 모두가 가지고 싶어하는 '좋은 것'들은 이미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거나, 치열한 경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세상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잔인했던 헬조선. 나의 20대와 연애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1. 연애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정말 별것 아닌 남자와 여자의 만남이건만 이 간단한 사건을 보는 입장의 차이는 정말 크다. 내 생각에는 우리나라 성교육이 잘못된 것 같다. 특히 애니, 만화, 게임 등으로 이성에 대해 배우는 남자들의 경우는 참담한 수준이랄까.. 


일단 쉽게 남자가 생각하는 연애와 여자가 생각하는 연애에 대해 사진으로 알아보자. 


남자가 생각하는 연애



여자가 생각하는 연애


둘의 차이가 보이는가? 남자가 생각하는 연애란 일단 섹스고, 그걸 연상시키는 외모가 우선이다. 여자가 생각하는 연애란 일단 최소한 평균적인 외모에 단정한 옷 매무새를 갖춘 남자, 로맨틱한 분위기, 그리고 헬조센 한정 기준으로 '남들이 보기에 예뻐보이고 행복해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배려와 공감은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물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고 내가 말하는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여자들이 원하는건 그런 것 같다. 잘생기고 몸 좋고 그런거 다 좋다. 하지만 여자들은 그렇게 큰걸 바라진 않는다. 자잘하게 많은걸 바라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절대 안되는게 한두가지정도는 있다. 존못, 돼지, 흰머리, 대머리, 씹멸치, 난쟁이, 소추, 조루 등등.. 또 반대로 별볼일 없는 놈이더라도 여자들을 휘어 잡는 매력 한두가지쯤은 가질 수도 있다. 성격이 좋다던지, 남들에게 인정받거나, 옷을 잘 입는다던지, 밤새 꺼지지 않는 불기둥, 매력적인 뱃살, 펑퍼짐한 엉덩이, 잔근육 등등.. 


2. 연애의 시작 


여기서 어린 남자아이들의 실패가 시작된다. 보통 아무것도 모르는 남자애들은 자기가 좋아하면 고백을 하고 운이 좋으면 성공하겠거니 생각을 하는데 이건 연예인 급으로 잘생기지 않으면 아예 가능성이 없다. 연애의 시작은 절대 사랑고백이 아니다. 연애의 시작은 비슷한 수준의 남녀가 상대를 인지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신뢰를 쌓고, 그렇게 관계를 만드는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좋은건 친구처럼 시작은 하되 친구와 다른 노선으로 가는게 좋다. 친구와 친구가 아닌 것에 대한 시작은 '호감의 표현'으로 나뉠 수 있겠다. 말하자면 서로 말을 하지 않고서도 서로가 연애의 상대로서 가능성이 있다는것을 인지한 뒤 이것 저것 재 보는것, 그것이 속칭 '썸을 탄다'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예를들어 알바자리에서 만난 여자애가 하나 있다 치자. 처음엔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왠지 내 급보다는 조금 예쁜 듯 하다. 여자애도 처음엔 서먹서먹 하다가 내가 일도 많이 도와주고 잘 대해주다 보니 나에게 웃음을 보여주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추파라도 한번 던져볼 수 있게 된다. '언제 밥 한번 먹어야지?' 라던가 '퇴근하고 맥주나 한잔?' 식으로 말이다. 추파를 던지는 것도 좋긴 한데 항상 본인의 추파나 농담이 끈적하거나, 더럽거나, 성차별적, 혹은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는지에 대해 항상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그런식으론 잘 안해봐서 모르겠는데 어찌됐든 똑같은 말이라도 간단 명료한게 낫다. 여기서 상대의 반응을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카톡을 했을때 무반응, 혹은 답장이 느리거나, 반응이 시큰둥 하거나 그러면 '니까짓게 무슨..'이라는 의미기 때문에 바로 캐치하고 버로우하는것이 답이다. 반면 여자 쪽에서도 '이정도면 뭐 나쁘진 않으니..'라면 비교적 긍정적인 뉘앙스의 답변을 하게 되고, 그렇게 한두번 만나며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아예 잘 만나주지도 않으면 바로 포기하는게 낫다. 너랑은 엮이기도 싫다는 극혐의 표현일 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극혐은 아니더라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뭐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 없다'같은 소리 하면 경찰에 신고당하기 십상이다. 다시금 말하건데 연애의 기본은 공감과 배려다. 상대는 당신을 극혐하는데 눈치도 없이 자꾸 들이대는 새끼들은 연애를 할 자격이 없다. 집에서 평생 혼자 야애니보며 딸이나 치던가 야겜이나 하는걸 추천한다. 


잘못된 들이댐의 사례


3. 호감의 표현 


여기서 서로 눈치를 보며 은근하게 표현하고 주고받는 재미가 쏠쏠한데, 보통은 그렇다. 남자는 여자가 마음에 들어서 대쉬를 하는 그림이고, 여자는 남자가 싫지만은 않은 느낌이랄까. 남자가 매우 잘생기고 어깨도 넓고 옷도 잘 입고 그렇다면 반대의 경우도 많겠지만.. 남자는 보통 하기 싫은 사람이랑은 만나지도 않기 때문에.. 이것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좋다. 쓸데없는 상상이나 희망은 갖지 말고, 결과에 승복하고 깨끗하게 포기한 다음 본인의 급에 맞는 사람을 만나는게 가장 좋을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아주 스탠다드하게 호감을 표현하는 남자와, 그리 싫진 않은 여자가 만났다고 보자. 여기서 남자가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하다. 그냥 여자친구라고 생각하고 과하지 않게 잘 해주면 된다. 가방도 들어주고, 쓰레기도 버려주고, 기타 잔심부름등을 싹싹하게하며 여자가 볼 때 '이새끼 쓸만하네..' 싶은 느낌을 줘야 한다. 그렇다보면 자연스레 여자가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하고, 보자고 하거나, 서로간의 어느정도 관계가 시작되었다는 확신이 들 때가 있다. 이럴때 자연스럽게 집에 바래다주며 손을 한번 잡아보거나, 술취해서 뽀뽀 한번 해보면 그냥 관계가 시작되는거라 보면 된다. 나는 가끔 그냥 선ㅅㅅ로 질르기도 하는데, 이게 확실해서 좋긴 하다. 다음날 해장국집에서 서로 입에 뭍은 밥풀 떼주고 밥숟갈에 깍두기 올려주는 그림이 나와버린다. 


또 중요한게, 못생기고 키가 작고 그런게 결정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걸 포기해버리면 안된다는 점이다. 나도 한땐 육중한 돼지 출신이었고, 생긴것도 그냥 뭐 한남콘이랑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다이어트도 하고, 옷이라도 좀 단정하게 입고, 샤워 깨끗하게 하고, 데이트 전날 미용실가서 머리라도 멋있게 하고, 향수도 좀 뿌리고, 하다못해 깔창이라도 넣던가.. 그런 아주 기본적인 애티튜드의 문제가 참 중요하다. 조금 못났더라도, 네가 좋아서 최선을 다한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면 아주 약간의 가능성이라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만약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데도 여자의 마음이 바뀌지 않는다면, 담판을 지어볼 것을 추천한다. 남자답게 그냥 말해보는거다. '난 네가 좋다.'라고. 그럴때마다 여자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는데..'라며 답한다면, '만나보면서 알아보면 되지 않느냐, 잘 해줄테니 믿어달라. 아니면 한달만 만나주라.' 이런식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감언이설로 사기를 치는것도 나쁘진 않다. 어짜피 만남이라는게 한번 시작만 되면 그리 쉽게 끊어지지도 않기때문에, 어쨌든 시작을 하는게 중요하다. 나같은 경우는 한번 마음 먹은건 어떻게든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보였다면 쉽게 포기한 적은 없다. 그렇게 쟁취한 사랑만큼 달콤한 것도 없었기에. 


4. 관계의 시작 


시작하는 단계보다 행복한 순간은 없다. 특히 그 과정이 힘들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페북에서 난리난.. 인싸들 사이에서 난리난 데이트코스, 맛집등을 순회하며 주말 내내 놀러 다니고, 없는 돈 탕진하며 즐기고, 특히 연애를 처음 시작한다면 신비로운 첫 쎆쓰의 순간도 경험할 수 있을테고.. 사실 시작 단계에서는 그리 조심할 건 없다고 본다. 서로에게 신경쓰고 맞춰주다보면 자연스레 편해지고, 어쨌든 처음 몇달간은 싸울 일도 거의 없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건 섹스를 했냐 안했냐인것 같다. 


보통 연애를 제대로 못해본 찐따들이 여자친구를 사귀어 봤다고 구라를 칠때 가장 부족한 디테일이 헤어짐에 관한 일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쿨한 헤어짐이라는게.. 물리적으로 가능할까? 물론 가능한 사람도 몇몇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있어서도 특별한 경우, 예를 들면 상대가 바람이 났다던가, 더이상의 관계 유지가 아예 힘들다고 고려될만한 결정적인 사건이 있을 때 뿐이다. 그렇다면 쿨이별은 왜 불가능할까? 섹스를 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남자는 여자와 섹스를 했을 때, 아무리 PC하도록 노력하는 사람이더라도, 아주 약간의 정복감은 느끼게 마련이다. 특히 뽀얗고 토실토실한 응딩이를 가진 여자친구를 엎드리게 해 놓고 뒤로 하며 엉덩이를 때릴때나, 나는 침대에 앉은채로 여자친구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좃을 빨아주며 나를 올려보는 느낌.. 남자로서 더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반면 여자들의 경우는 섹스를 시작한 이후, 그리고 그게 나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진정한 사랑이 시작된다. 나는 여자를 처음 만나면서, 이게 참 신기했다. 속칭 '떡정'이라고 하는, 섹스 이후에 생긴 끈끈한 유대감이라는게, 커플들을 서로 헤어지기 힘들게 만들고, 견디고 견디다가 서로 원수지간이 되고 나서야 모든걸 박살내버리는, 그런 것이었다는걸.. 


어쨌든 관계가 시작된 이후로, 서로가 서로에게 좆같은 부분을 발견하기 이전까지는 아주 순탄하다. 


5. 연애는 어떻게 끝나는가 


모든 연애에 끝이 있다는 전제 하에, 사실 연애만큼 좆같은 일도 없다. 천천히, 아주 조금씩 함께 쌓아올린 유대관계를 어느 순간에 끝내야 한다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남녀가 1년이상 만나면 10년지기 친구 정도로 서로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데, 그런 관계를 끝낸다는건 참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끝내야 하는 상황들은 운명처럼 오게 마련이다. 특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나서부터, 서로 찾아낸 아주 작은 결함들, 그런데 이게 절대 고쳐지지 않고, 예전에 반복되었던 문제가 똑같이 반복될 때, 처음 한두번은 좋게 얘기하고 넘어갔지만 나중에는 말하는 사람도 지치고, 듣는 사람도 열받게 될때, 그때야말로 우리가 이별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내 경험으로 비춰보았을때는 상대에게 크게 실망했을때, 혹은 실망감을 안겨준게 두려워 도망가고싶을때, 아니면 신뢰가 완전하게 깨졌을때,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똑같은 문제가 반복될 때, 아니면 뭐 결국 돈, 결혼, 친구들의 입김 등등의 문제, 상대에게 애정이 식었을때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끝내버린다거나.. 요새는 페미 입문때문에 깨지는경우도 종종 보이고. 여튼 세상은 요지경이기 때문에 참 많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다만 근본적인 문제는 상호신뢰관계의 파탄이다. 서로에 대한 믿음 없이는 더이상 어떤 진전도, 유지도 불가능하다. 


6.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나의 경우, 연애가 좆망하면 대략 6개월정도는 폭딸로 자숙을 하며 지냈던 것 같다. 다른 사람을 딱히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원래 사람을 만나며 에너지를 소모하고, 집에서 혼자 지내며 회복하는 스타일이라 그랬는지, 상대를 더 사랑하고, 많은 걸 주고, 바랄수록, 그 상실감이 더욱 컸던 것 같다. 유리병에 담겨 일렁이던 감정들이 바닥까지 소모된 느낌이었다. 충분히 자숙을 한 뒤엔 또 섹스에 눈이 뒤집혀 새로운 상대를 찾곤 했고.. 다시 다른 여자와, 예전과 같은 장소에서, 조금 다른 데이트를 하고, 예전과 비슷한 섹스를 하고, 한결같이 더러운 이별을 하고, 


그랬던 것 같다. 


'헬조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부로 갑질하던 집주인 인실좆 시킨 썰  (6) 2015.10.26
왜 탈조센인가?  (2) 2015.10.26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