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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존기

퀸스타운에서의 5개월

프로매국노 2018. 4. 10. 14:09

처음 퀸스타운으로 오기로 결심한 이유는 영주권을 빨리 따기 위함이었다. 


지방에 산다는 것 자체가 표면적으로 큰 메리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EOI점수 30점 더 받는 정도이나 실제로는 이민심사가 좀 더 수월하고 협조적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오클랜드를 벗어나는 것이 좋은거다. 


또한 퀸스타운 내의 물가가 비싸기때문에.. 인건비를 더 쳐준다는 확신이 어느정도는 있었는데 


그게 막상 여기 살아보면서 이런 저런 놈들 들여다보니 굳이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더라. 


대략 보름쯤 전, 나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피곤함에 절어있었다. 


일단 업무강도가 헬인것도 있었고, 쉬는날의 즐거움이 없기에, 스트레스 컨트롤이 안되는 이유에서였다. 


정말 사소한것들인데도 불구하고 존나 짜증나는 것들이 몇가지 있었다. 


예를들자면 기본적으로 비싼 물가... 현재 사는 방만 해도 빌제외 주당 280이다.. 오클랜드같으면 빌포함 160이면 떡치는데..


여름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뜬금없이 온도는 3-4도정도로 떨어져버리곤 하고 (게다가 현재 거주하는집이 쓰레기 목조주택이라... 한국으로 치자면 조립식 컨테이너 사는 수준과 비슷함) 그러다보니 허구헌날 집안에서 입김이 나온다. 그런날은 손발이 시려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근처의 쓰레기같은 식당들.... 여기 식당이 존나 많긴 한데, 시내에는 그래도 그럭저럭 먹을 만 한 곳이 있다만, 가볍게 차끌고 가서 사다 먹을만 한 곳이 아예 없다. 그런 장소가 몇군데 있긴 하다만 맛이 진짜 개쓰레기다. 가격이 에미창렬인건 덤이다. 내가 진짜 음식 어지간해선 안버리는데 몇입 먹고 버린적도 수두룩하다. 


오클랜드의 따듯한 기후가 너무나 그리워졌다. 


잔잔하게 일렁이며 지친 나를 보듬어주던 바다도 그리웠다. 


문득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고, 낚시도 하고 싶어졌다. 


여기서 내가 간과했던 부분은 해외생활 자체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였던 것 같다. 


아무리 편안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본인이 태어난 나라가 아닌, 다른 문화권의 해외에 살다보면 


기본적으로 쌓이는 스트레스 지수가 있는거다. 


예를들어 한국 백수의 스트레스지수가 0 직장인의 스트레스가 50 자살직전 직장인의 스트레스를 100으로 가장해본다고 칠때 


외국에서는 백수도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지수를 30정도는 깔고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삶 자체가 불편한것도 있고, 어느정도 불안정한 부분도 있게 마련인데,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70-80을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거기에 위에서 내가 말한 요소들을 합하다보면 스트레스 한계치를 심심찮게 넘나들게 되는데, 그러면 멘탈이 터지고 다 때려치고 도망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결국 난 퀸스타운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그냥 오클랜드로 돌아가 남은 워크비자 기간(2년반)을 그냥 즐거운 삶에 쏟자고 생각하게 되었다. 


사실 그 기간이 지나더라도, 얼마든지 워크비자 지원받고 일하면서 영주권 딸 수도 있는거니까.. 


또한 오픈워크비자 기간의 좋은 점이란게, 이렇게 맘대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다음에 일할 좋은 곳을 찾을 기회가 있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어찌됐든 다다음주인 4월 19일, 다시금 모든 짐을 차에 싸서 오클랜드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 여태까지 퀸스타운에 살며, 어떻게 정착을 했고, 퀸스타운은 어떤 곳인지에 대해 대략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일단 퀸스타운은 뉴질랜드 최고의 관광수익을 내는 관광도시다. 


또한 뉴질랜드, 혹은 세계적으로도 살기 좋기로 소문난 도시이기도 하다. 


근데 난 왜이리 스트레스를 받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퀸스타운의 메리트를 보는 시각과 문화의 차이다. 


말하자면 키위, 유로피안등의 백인들에게는 살기가 존나 좋은 곳이다. 


기본적으로 뷰 쩔고, 각종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고 깨끗하고 맑은 자연이 있다. 


내가 불편하게 여기는 생활편의성이나 추위등등에 대해, 백인애들은 크게 여의치도 않는다. 


그친구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백인들은 추위내성이 강하다. 


게다가 직장에 삼사십분 걸어다니는 것도 크게 신경 안쓰고.. 


그냥 전체적으로 그친구들이 보는 퀸스타운과, 나같은 똥양인이 보는 퀸스타운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방 구하기가 ㄹㅇ루다가 헬인데... 이게 어느정도냐면 기본적으로 방 하나 구할때 최소 열 곳 이상은 연락을 해야 뷰잉 한번 할까 말까다. 


그렇다면 방을 구하는데 있어서도, 내가 살만한 곳이 아니라, 그냥 받아주는대로 아무데나 가야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 와중에 별별 사기꾼들도 있고.. 좆같은 판잣집에서 돈만 존나 내고 매일 이삼십분씩 걸어서 출퇴근해야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퀸스타운에서 방을 구하려면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나 커뮤니티를 잘 활용해야 한다. 트레이드미같은거 봐도 얼마 없는데다, 연락해봐야 답장도 안온다. 커뮤니티같은데 방 하나 올라오면 한시간 안에 댓글 수십개씩 달리는건 기본이다.. 


나같은경우는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첫번째 방을 구했고, 퀸스타운 단톡방을 통해 두번째 방을 구했다. 사실 크게 고생하진 않았다 운이 너무 좋아서... 


다음으로 퀸스타운 자체는 굉장히 작은 소도시다. 한국으로 치면 면이나 읍단위의 시내를 생각해보면 딱이다. 


그렇다보니 몇개의 블록 안에 있어야 할 것들이 다 있고, 그게 전부다. 


또한 주차공간은 좆같이 없어서, 직장이 시내라면, 근처에 집 하나 구하는게 가장 마음 편하다. 그러나 그런 집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불편하게 살아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프랭크톤이나 레이크 헤이즈의 경우는 주거환경이 비교적 낫다고는 하지만.. 운전시간만 기본 15-20분가량이다. 기름값 혹은 교통비로 죄 나가니 크게 차이가 없다. 


직장의 경우... 


이곳의 레스토랑들은 장사가 기본적으로 엄청 잘된다. 


워낙 관광객수요가 많다보니.. 대충 바가지 덮어 씌워놓고, 중간급 이상의 음식만 팔아도 떼돈버는건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렇다보면 일이 힘들어진다. 나만해도 지난 여름에 진짜 고생했으니... 내 직장은 좋은점도 있었지만 나쁜점도 꽤 있었다. 예를들자면 쉬는시간이 아예 없이 9시간 이상을 연짱 빡쎄게 일해야 한다는 점이라던가.. 


오너쉐프가 참 잘해주긴 했는데, 수쉐프는 악마같았다. 오너쉐프가 그정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싶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수쉐프는 인격적으로 좀 문제가 있는 쓰레기같은 새끼였다... 


그건 그렇고, 이곳 레스토랑들은 보통 만성적인 구인난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도 그럴게 일은 힘든데, 그렇다고 돈을 조금 더 주긴 한다만 그게 엄청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생활물가를 고려하자면 딱히 좋을 것도 없다보니, 퀸스타운 자체가 좋던가, 어떻게든 이곳에서 영주권을 따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처음 내가 직장을 선택할 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첫째는 5성급 호텔이었고, 두번째가 지금의 직장이다. 


가끔 호텔로 갔으면...지금처럼 스트레스 받아서 다 때려치지 않고 조금더 버텼을까 하고 생각을 해본다. 


다만 아이러니한것이, 만약 그랬다면 첫번째 집에서 본드를 떼였을지도 모른다. 


이 얘기가 좀 웃긴게, 첫번째 집 주인의 친구가 우리 가게 사장중에 한명이다. 그래서 그 집주인이 가게 소개시켜주고 일하라고 한거다. 


근데 이 집주인이 미친 양아치새끼인게, 사람 좋은척은 다 하더니, 떠나는 다음날 반환해준다던 본드를 한달 가까이 되도록 보내질 않는 것이었다. 


나는 사장에게 중재를 요청했고, 그러자마자 돈이 바로 들어왔다. 근데 그나마도 카펫 얼룩이 있다며 100불 떼고, 내가 예전에 냈던 빌을 계산하지 않은 채, 100불을 더 떼먹으려는 것이었다. 


다행히 가게 사장이 중재를 해 줘서.. 카펫 얼룩 100불만 내고 나머지는 어떻게든 돌려받았긴 한데.. 기분이 상당히 더러운 한달간이었다. 


만약 호텔에서 일했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어쩌면 법원에 갔어야 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집은 상당히 괜찮다. 타운과도 12분 거리이고, 한국인 부부와 세명의 아이들이 매일매일 전쟁통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요새... 여기서 정착할 생각으로 물건을 많이 샀었는데... 지금은 죄 팔고 있다. 


그나마 이득본게, 700불짜리 삼성 LEDTV를 250불에 사서 300에 판거랑 


짱짱한 3단서랍장 트레이드미 옥션에서 1.5불에 산다음에 30불에 팔아먹은것 정도려나... 


오늘은 날씨가 좆도 구리다. 춥기도 더럽게 춥고 비도 오고 아주 시발 그냥 좆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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