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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존기

나의 직장 생활 이야기 2

프로매국노 2018. 4. 10. 14:54

어찌보면 그동안 일했던 곳 중에서는 가장 레스토랑답게 일한곳이 아니었나 싶다. 


나의 두번째 풀타임 직장은 스티머 와프에 위치한 Ivy and lola's kitchen 이었다. 


기본적인 베이스는 유로피안의 영향을 받은 뉴질랜드식 캐주얼 3코스 다이닝이었고 


오너쉐프가 남중국, 미얀마쪽 퀴진의 영향을 많이 받아, 동남아 음식과 약간 퓨전이 이루어져 있었다. 


총 좌석수는 내부와 외부를 합해 60석가량 되었고, 매출금액은 성수기기준 일일 $7000-$8000(120명가량) 비수기기준 $3000-$4000(60명가량)정도 되는 것 같다.


한 쉬프트당 일하는 셰프는 3명이었고 각각의 포지션은 온트레이(전채요리), 미드, 그릴이었다. 


그릴의 경우 최소 5년이상의 경력을 지닌 수쉐프가 담당하고 


온트레이의 경우 경력 1-2년차의 데미 혹은 CDP가 담당하며 


미드의 경우는 수쉐프, 헤드셰프가 담당하며 양쪽의 부족한 손을 보완해주는 식이다. 


일단 출근하며 하는 일은, 브런치 쉐프들의 일을 인수인계하며, 애프터눈 스낵(피쉬앤 칩스, 비프버거 및 각종 온트레이들)을 위한 셋업을 하는 것이며, 5시이후에 메인 디너가 시작되면 커리, Fish of the day등의 작은 메인등과 온트레이를 담당하는 일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레스토랑 자체가 흔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포션 사이즈도 아무래도 작다보니 플레이팅도 예쁘게 하기가 쉬운데, 이쪽은 아무래도 빅포션을 추구하는데다가 메인 하나에 스타치(탄수화물), 야채, 프로틴(고기)의 밸런스를 중요시하기때문에, 큰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서 내는 스타일이었다. 


일 자체는 바쁘고 힘들었지만, 좋은 사람들도 많았고, 뭣보다 백인밖에 없는 직장에서 일한다는것에 대한 자신감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들과 100퍼센트의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건 아니지만 일적으로는 크게 문제없이 소통할 수 있었다. 이새끼들이 말장난을 하거나 농담을 시작하면 머리가 굉장히 아팠지만,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었다. 


일이야 뭐 사실 주방일이 그렇듯, 주문 들어오는거 빨리 쳐내고, 짬나면 재료준비 하고 그러는게 전부였고. 


재미를 위해 인물평이나 남겨둔다. 


닉(헤드쉐프 겸 오녀쉐프) - 굉장히 친절하고 젠틀하며, 뭣보다 유머감각이 넘치는 남부 키위 아저씨. 첫인상은 말그대로 거지같았다. 앞니 사이도 벌어져있었고 수염은 덥수룩.. 그러나 보면 볼수록 존경할 만한 대인배였으며, 아무리 바쁜 상황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좋은 쉐프였다. 


마이크(그릴 셰프겸 오너) - 처음 내가 트라이얼 갔을 때, 이 아저씨가 19불 줄테니 그냥 우리랑 일 하다고 딜을 했었다. 190에 가까운 거구에, 대머리, 지옥의 묵시록에 나왔던 말론 브란도를 연상시키는 중후한 기운과 보이스.. 사장답게 깐깐한 잔소리를 많이 하곤 했다. 특히나 이 아저씨가 열받았을때는 존나 심한 압박감을 느끼곤 했다. 다만 본드비 문제가 생겼을때 발벗고 나서주기도 했으며, 내가 이아저씨땜에 좀 괴로워하니 각종 농담을 하며 날 릴리즈 해주기도 했다. 나에게 한국어를 가르쳐달라고 해서, 닥쳐 씨발, 조까 씨발새끼야, 씹새, 등등의 유익한 말을 알려주기도 했다. 본인이 한인마트 가서 썼다가 따봉받았다고.... 겉보기엔 거친 것 같아도 속은 따듯한 아저씨였다. 매운음식을 좋아하다보니 얼마전엔 불닭볶음면을 먹여서 토하게 만들긴 했는데... 


데이비드(오너) - 이사람도 굉장히 친절하고, 뭐랄까 돈이 있으니까 인성도 얻게된 느런 느낌이랄까. 정확히는 이 아저씨가 전 집주인과 친한 친구인데, 집주인새끼가 100불 떼어먹으려 하니 나한테 그냥 자기가 줄테니 퉁치자고 했던 아저씨... 인격자였다. 


대니 - 처음 이자식을 봤을땐 그냥 놀라움 뿐이었다. 트레인스포팅에서만 들었던 그 와일드한 스코티쉬 악센트를 현장에서 직접 듣는 당혹감이란... 평소에는 장난도 잘 치고, 농담도 잘 하지만 한번 꼭지가 돌면 미쳐버리는 씹쌔끼였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책임을 안 지려 하는 약간 이기적인 구석도 있었고.. 아무래도 업무지시를 가장 많이 받게 되는 녀석인데, 이놈 말을 알아들을 수 없으니 서로 스트레스만 쌓이는 관계였다. 그래도 대외적으로는 나름 친하게 지내기도 했다. 근데 이놈 얘기를 잘 들어보니, 예전의 범죄경력때문에 주마다 큰 돈이 나간단다. 그런의미에서 50불만 빌려줄 수 있겠냐고 나에게 물었지만 당연히 거절했다. 개눔시키. 알고보니 음주운전 전과만 5번이란다. 


네일 - 영국 동부 요크에서 온 친구. 퀸스타운에 산지는 5년이 넘었고 작은 레스토랑의 헤드세프 경력까지 있다고 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수쉐프로 취업한 친구였고, 영국 동부 사투리인건지 뭔지 정말 높은톤의 특이하고 빠른 영어를 구사하곤 했다. 다만 덕분에 농담이 두배로 웃기게 들리곤 했고, 이친구도 일을 즐겁게 하는 스타일이다보니, 닉과 네일이 함께하는 쉬프트는 정말 즐거웠다. 


리암 - 처음 나에게 일을 가르쳐준 친구였다. 나이는 비록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긍정적인 애티튜드와 친절함, 더러운 유머감각을 겸비한 친구였다. 내가 뭘 하면 뒤에서 내 엉덩이에 자기 엉덩이를 부비며 두유라잌붐붐?거리며 이상한 신음을 내고, 예쁜 웨이트리스 있으면 '나 쟤생각하면서 매일 상딸을 쳐..'라고 농담을 하던 친구.. 뭐랄까 요리에 참 재능은 없는 놈이었긴 한데, 그래도 가장 친한 친구였고, 가장 그리울 것 같은 친구. 참고로 이녀석도 스코티쉬긴 한데, 스코티쉬 악센트는 거의 없었다. 되려 영국식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던 친구. 180초반의 키에 작은 얼굴, 넓은 어깨와 호리호리한 체형, 이목구비도 뚜렷하고 피부도 좋고 약간 고양이, 표범같은 느낌이 나는 잘생긴 녀석이었다. 한국가면 인기 쩔듯.. 

사라 - 호주 출신의 브렉페스트 쉬프트 셰프였다. 작은 여자아인데도 불구하고 나름 일은 열심히 하나, 호주인 특유의 빡대가리+개년근성(아몰랑)을 가끔 발휘하여 다른 셰프들을 당혹시키곤 했다. 그래도 나름 착하고 괜찮은 애임 


리치 - 캐나다 출신의 프렉페스트 쉐프. 영국쪽 애들하고 말하다가 얘랑 말하면 발음을 하도 흘리는바람에 제대로 주워담아 듣기가 힘들어지곤 한다. 덩치가 크고 호남형. 아이스하키를 즐긴다고 한다. 모닝쉐프들은 같이 일할 일이 많이 없다보니 아무래도 별로 안친한데.. 그래도 착하고 일 잘하는 친구였다. 


여기부턴 키친핸드


마누엘 - 칠레 출신의 키친핸드. 키도 작고 땅딸막한데 환하게 웃는 구수한 눈웃음이 인상적인 친구였다. 산체스같이 생겼음. 그래도 처음 갔을때 잘 대해주고 해서 같이 재밌게 놀곤 했다. 


루이스 - 독일 출신의 어린 친구. 이친구와 일을 하며 독일애들은 참 애들이 제대로 됐다는걸 많이 느꼈다. 이놈도 185정도의 키에 얼굴도 잘생긴 녀석이었지.. 일도 참 열심히 하고 뭣보다 하나 시키면 정말 야무지게 잘하는 친구였다. '사스가 독일인!' 하며 칭찬하면 수줍게 웃던 녀석이었지..처음 이녀석을 만나고 농담좀 틀때부터는 나치경례로 인사를 했고, 그녀석이 나한테 코리안 그리팅을 알려달라길래, 여자는 젖통을 까고 남자는 고추를 깐다고 알려줬다. 이후로 그놈이 날 보면 웃통을 까고, 나는 바지를 까며 인사. 그녀석의 마지막날.. 그녀석이 한 5초간 눈치를 보더니 나에게 나치경례를 한번 해 줬다. '그러면 안돼지 이 미친새끼얔ㅋㅋㅋㅋ' 그러면서도, 너와 함께 일할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다며 악수하고 훈훈하게 헤어짐.  


루카 - 이탈리아새끼들은 이래서 안되는구나 싶었던 새끼. 뭔가 항상 불만에 차 있고, 손님이 남은 음식을 주워먹는 거지같은 새끼였다. 


안톤 - 이놈도 독일출신이라 처음에 나름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냥 흐리멍텅한 병신새끼였음. 처음엔 열심히 도와줬는데 아무리 일을 해도 일이 안는다. 이런놈들때문에 유럽이 격감일로를 걷는것이다...는 느낌을 주었다. 


퀸 - 베트남 출신 여자아이였다. 존나 웃긴게 한국어 통역사 경력이 있었고... 한국어를 존나 잘했다. 덕분에 직장에서 한국어 쓰며 일도 했고 얘기도 하며 놀긴 했는데... 생긴게 으깨진 돌하루방같이 생긴데다 하관이 약간 노무현을 닮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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