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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블로그/생각

불편한 일렉트로니카

프로매국노 2011. 5. 1. 17:58

 
 '일렉트로니카'라는 단어는 낯설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준다. 그러면서 인디 뮤직의 더럽고도 순수한 고결함과 클럽 문화의 퇴폐성까지 함축할 수 있는 키위드라고 할 수 있다. 이 단어의 생성에 있어 '트렌드'를 제조해 내는 공장과 같은 언론의 업적은 훌륭하다. 일렉트로닉풍 트랜스 힙합은 도대체 어느 나라 음악인지 모르겠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자신도 알수없는 단어로 '품위있게' 썰을 풀어 보고 싶은 사람이 우리나라에 많다고 느낀다. 

 나는 단지 '일렉트로니카'가 좋았던 소년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저 신나는 댄스 음악 정도로만 알고 있던 게 다였다. 그래서 싸이월드의 BGM은 '일렉트로니카'를 멜로디와 패턴 시부야계로 분류하는지 모르겠다. 이 해괴한 분류법은 수능 등급제보다 어이가 없다. '일렉트로니카'가 아닌 '전자음악'으로 부를 수는 없을까? 아니면 적어도 다운 템포와 댄스 뮤직 정도는 분류되어야 하는 게 아닌 것인가? 갖가지 의문이 겹친다.

 '일렉트로니카'라는 명칭은 사실 잘못된 것이다. '일렉트로니카'의 실상은 Electronic music의 한 하위 장르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Eletronic music이란 무엇인가? 간단하게 말해서 어느 순간부터 신디사이저나 시퀀서를 이용한 음악들이 생겼고, 이들은 Electronic music으로 불렸다. 이것이 현재까지 발전해 오며 지금의 전자 음악씬을 일구어냈다. 전자 음악은 말 그대로 전자음을 이용한 음악이다. 아날로그적인 레코딩 과정이 아닌 시퀀서를 이용한 음악을 만듦으로서 제작 과정의 단순화와 기존 음악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낸 전위적인 음악이며 일종의 기술이다.

 이에 나는 '일렉트로니카'를 '전자음악'이라고 정정하고 싶다.  더불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닌, 하다못해 KBS 뉴스 주제가조차 전자음악의 범위에 들어 갈수 있을만큼 전자음악이란 사소한 장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멋지고 세련된 '일렉트로니카'는 모두 허상이다. 

 이러한 '허상'을 좇는 것을 만류하는 입장은 아니다. 일개 리스너로서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무슨 음악을 듣는지는 알고 들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만약 자신이 전자음악을 즐겁게 듣고 있을 때, 옆사람이 무슨 가사도 없는 음악 따위를 그렇게 즐겁게 듣냐고 말한다면 그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까? 전자음악의 역사를 10년만 짚어 줘도 더이상 말을 섞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음악은 어디까지나 '귀로 듣는 것'일뿐, 글로 이러쿵 저러쿵 써 봐야 논쟁의 여지만 생길 뿐이다. 그래도 기왕 관심이 있다면, 좀 더 확실하게 관심을 가져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취미에 대해 좀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당당하게 밝힐 수 있는 것도 나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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