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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집주인 아저씨의 아들녀석이 와이파이 비번을 바꾸고 한국으로 도주를 해버렸다. 


덕분에 두달간 인터넷을 쓰지 못했다. 


글을 엄청 쓰고싶었는데 갑자기 예전 와이파이 아이디가 살아나는 신비체험을 하게 되었고 


그런고로 마지막 뉴질랜드 생존기를 쓰려고 한다. 


2. 


한국에 돌아가게 되었다. 


그동안 정말 잘 지내고 있었고, 비자문제나 직장문제도 시원하게 해결 된 상황이었다. 지난번에 2년짜리 워크비자를 신청하고 받은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에 있는 부모님이 작은 업장을 하나 차리게 되셨는데, 어쩌다보니 상당히 바쁘고 일손이 모자란 상황이 생긴데다, 동생과 부모님이 일을 다 쳐내기 힘든 상황이다보니 동생은 들어와서 도와주면 안되겠냐며 묻고, 부모님은 내가 잘 지내는걸 아시다보니 차마 돌아오라는 말씀은 못하시고 힘들어 하고 계셨다. 


현재 여기 생활에 나름 만족하고 있었는데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고 


보름정도 생각을 해 본 후, 아무래도 지금 들어가는게 맞다 싶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쉬고 있다. 


2월 3일에 입국 예정이다. 


3. 


지금도 다시 생각해보면 꿈만같다. 모든 것이... 


지난 3년간 진짜 개고생만 하고, 돈만 존나게 쓰고 이제 좀 소소한 행복을 쥐려 하니 떠나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4. 


결정을 내리기 전 했던 생각은 


'왜 이리 멀리까지 돌아와서 행복을 찾으려 했을까'


'행복은 뭐고 삶은 뭘까. 도대체 뭘 어떻게 찾아야 하는 걸까..' 


등등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면 내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어찌 그리 무심하게 두고 왔던걸까. 


5. 


맨손으로 시작해 정말 많은 걸 이룬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는 언제 어딜 가서든, 뭐든지 다 할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름(?) 언어적 센스가 좋은편이다보니 영어 생활에는 진짜 아무런 지장이 없다. 


요새는 뻔뻔하고 자기잘못 인정 안하는 키위들과 말싸움을 해도 이기고, 이빨까서 물건도 잘 팔아먹고.. 하다못해 전화통화로 컴플레인을 걸건, 일을 하건, 관공서에 가건... 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잘 들리고, 농담도 하고 좆같이 굴면 더 좆같이도 군다. 


블로그를 꾸준히 해오며 독자와의 만남을 자주 가지며 내 커뮤니티를 키웠고, 특히 톡방을 통해 인맥을 많이 넓히게 된 것 같다. 


좋은 어르신들도 여럿 만나 가끔 뵙고 밥도 얻어먹고 다니고 


호텔 쉐프로 직장생활 야무지게 했고 양식 경력도 cdp급까지 충분하게 쌓았고 


퀸스타운까지 운전하며 뉴질랜드 종단도 해봤고 


피아노는 체르니 100 중반에서, 소나티네 두곡을 완곡했고, 


중고차를 다루며 차에 대한 지식도 많이 쌓게 되었고 


처음에는 헬조선 타령에 툴툴 거리며 여길 왔지만, 헬질랜드의 매운 맛을 좀 보니 헬조선도 충분히 살만한 곳이란걸 느꼈다. 


우리나라 사회가 많이 불공정하고, 불공평하다고 느껴왔지만, 또 사실이지만, 이곳의 솟아날 구멍도 거의 없는 씹창현실을 보다보면 어딜 가든 사람 사는곳이 다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간 너무 개인의 노력과 의지를 경시했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6. 


물건이 정말 많았는데, 어찌저찌 잘 처분했다. 


차는 딜러가보다 조금 더 받은 정도로 해결했고 


나머지 물건은 거의 제값이나 산 가격에 약간 더 얹어서 팔았다. 


물론 저렴하게 날린 물건도 많다. 


피아노가 대박이었다. 430불에 산 걸 1320불에 팔아먹었다. 


물론 그 피아노를 사기 위해 공부했던걸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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