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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일렉트로 하우스가 좋았던 때가 있었다. 그땐 트랜스나 하드스타일도 꽤 좋아했다. 그러던 와중 미니멀 테크노에 대해 알게 되었다. 당시 주로 들었던 bpm110-130 사이의 Acid한 미니멀 테크노들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절제된 사운드와 그루브, 미묘한 엑스터시야말로 미니멀 테크노의 참맛이라고 느꼈는데, 이 때 우연찮게 듣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빠져 지냈던 것이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알게 된 이후에 알게 된 짤막한 정보들이 있었다. 웅얼거리는 느낌의 킥 드럼 소리, 곡의 긴 전개, 하우스와 트랜스의 사이라고나 할까.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알게 된 초기에는 이런 곡들을 좋아했다. 트랜스의 느낌이 나는 음악들이랄까. 워낙에 깊고 감상적인 음악들을 좋아했다. 그런데 '트랜스 풍'이라고 할 만한 요소는 단지 몽환적인 느낌 뿐인데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자주 듣다보니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에선 단지 트랜스에서 말하는 'Trance'의 느낌과는 미묘하게 다른 Atmospheric한 느낌이 좀 더 강한 경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를 듣다보면 이렇게 밑도 끝도 없이 어두워지는 곡들이 한둘이 아니다. 예전에 우연찮은 기회로 국내 유일무이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6년간 외길인생을 걷다 전향하신 노장 디제이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로 디제잉하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고 한다. '프로그레시브'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곡들, 들어보았을 때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느낌이 나는 곡들은 죄다 늘어지고 서글프고 암울한 느낌들 뿐이라 클럽에서 사람들을 신나게 하기에는 상당히 힘들다는 것이다. 그때 한창 프로그레시브에 빠져있던 참이라 비트포트 프로그레시브 차트를 확인하던 중 정말 멋들어진 곡을 만났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는 진보와 같은 의미보다 점진적인 진행이란 의미에서 Progressiv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본다. 짧으면 7분에서 8분, 9분을 아우르는 장대한 길이 속에서 프로그레시브는 시작된다. 보통은 사운드 디자인 자체도 색다르다. 여타 하우스에서 느끼지 못한 소스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위 곡처럼 트랜스의 체인소우 신스가 사용 될 때도 있고 일렉트로 하우스에서 들을 수 있는 찢어지는 듯한 사운드도 요즘은 많이 사용한다. 하여튼 이 곡을 정말 좋아했던 이유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요소들을 내재하고 있으면서 신나는 곡이 거의 없고, 신나게 만듣 곡이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의 느낌을 잘 표현하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이다. 작년 여름쯤에 아마 이 곡이 굉장한 히트를 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 초쯤에선 압구정에서 우연히 길을 걷다가 이 음악을 트는 가게 앞을 지나간 적이 있다. 압구정이 확실히 대한민국 내에서는 독보적인 포스를 자랑하는 동네라는 게 새삼스레 느껴졌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도 이렇다. 프로그레시브 트랜스가 제일 먼저 생겨났고, 이에 영향을 받아 프로그레시브 하우스가 생겨 서로 아웅다웅하며 발전해 나가다가 현재는 미니멀, 일렉트로 등등에 영향을 받아 어떤 음악들은 거의 영역을 나눌 수 없을 정도고 얽히고 섥혀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새로운 느낌의 음악들은 항상 보인다. 위에 있는 Dinka의 음악들이 그렇다. Atmospheric의 정점에 선 듯한 청명함과 맑은 소리들에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이례적인 Dinka와 같은 음악들에 관한 정보가 아쉽게도 거의 없어서 관련된 이야기를 늘어 놓지는 못하겠다만 아마도 Ambient의 세부 장르쪽에 영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그동안 프로그레시브 하우스라는 장르를 들으며 느낀 감정들은 수 없이 많다. 개인적으로 프로그레시브 하우스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구분을 하고 이 음악이 어떤 음악인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을 정도까지는 왔다고 느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도대체 왜 이런 음악이 나왔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태반이다. 무엇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다지도 어려운 일일까. 기껏 해봐야 전자 음악 내에서의 하우스라는 장르, 그것도 그 세부 장르의 하나에 불과한데도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끝이 없는 것 같다. 아직 갈 길이 너무 먼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프로그레시브 하우스가 너무 좋다. 이 깊고 우울한 감정들, 늘어지는 전개, 조금 가라앉은 듯한 차분하고 세련된 음악들이 너무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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