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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스무 살 때 아다를 깼다. 여자와 처음으로 성 관계를 맺었다는 이야기다. 낯설고 어두웠던 DVD방은 내 첫 삽입의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며, 남성이 왜 펠라치오에 목숨을 걸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언젠가 첫 경험을 하게 되면 원자폭탄을 투하할 기세로 달려들어 헉헉퍽퍽소리를 내며 한 손으론 머리채를 움켜쥐고, 한 손으론 유방을 쥐고 있는 지극히 건전한 마초의 모습이 되리라고 결심한 적이 있었다. 그럴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혓바닥은 묵직하게 나의 입 속으로 들어왔고 내 바지는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손을 부들부들 떨며 후크를 풀었을 때 그녀의 호빵만한 젖이 모습을 드러냈고, 나의 똘똘이는 그녀의 입 안에서 한여름의 누가바처럼 녹아내리고 있었다.


..” 


 목소리 끝이 떨렸다
. 어떻게 소리를 내야 좀 더 간지가 날까? 일본인처럼 태연하게 말을 걸어야 하나? 코쟁이 형들처럼 느끼한 신음을 내야 하는 걸까? 복잡하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더듬거리다가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 까무잡잡하지만 작은 얼굴에 앳된 느낌이 있었는데, 애 같은 이미지와 따먹힌다는 순간의 미스매치 속에서 그녀는 팬티를 내렸다. 파란 색 물방울무늬의 천 조각은 그녀의 종아리를 타고 왼쪽 발등에 걸렸고 나의 치골에 그녀의 치골이 살포시 닿았다. 그녀는 나의 가슴에 손을 얹고 중심을 잡아 전후로 골반을 흔들어댔다. ‘여자들이 이런 걸 좋아하나? 별 자극은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좋은 척은 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의 손을 잡고 슬슬 상하로 움직이다가 그녀가 힘을 주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을 꽉 잡아버렸다.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녀의 무릎 뒤쪽을 잡아 올렸다.


 무릎을 굽혀야 되나
, 다리를 뻗어야 하나. 엉거주춤하게 엎드린 상황에서 아까 그 곳을 기억하며 조심스레 철수를 잡아넣었다. 짤막한 신음소리와 함께 나는 정성스레 방아를 찧었다. 이게 참 난감한 게, 영화에 나오는 형님들은 어떻게 그런 리듬감과 파워를 가지고 완급조절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일단 리듬이 전혀 맞지 않았다. 머릿속에선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을 생각하고 있는데, 귀에는 자꾸 군밤타령이 들리는 것 같았다. 긴장한 내 얼굴을 보고 웃음을 짓는 그녀. 손가락은 나의 건포도를 농락하고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레 그녀의 허벅지에 찍. 아아, 안 돼……. 휴지를 꺼내 쓱쓱 닦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걸치는 마음이 무거웠다. 후배위. 후배위를 못했다. DVD에선 사형수가 울고 있었다. 여주인공도 울고 있었고. 내용은 잘 모르겠는데, 나도 울고 싶었다.


 그녀를 알게 된 건 정확히 한 달 전쯤이었다
. 친구가 아는 선배가 일하는 술집을 소개시켜 줬고, 나는 거기서 술을 마시다가 우연찮게 그녀의 번호를 땄다. 그녀와의 술자리는 정말 편안했다. 남자친구 욕만 듣다 보면 끝이었으니까. 학자금 대출과 생활고에 찌들려 아우디탄 왕자를 꼬셨건만, 다른 여자들하고 어울린다는 소문만 무성하다는 것이다. 내가 아우디를 끌고 다녔어도 그랬겠지만 뉴발란스 끌고 다니기도 벅찬 인생에 이삭이라도 줍는 것이 감개무량할 뿐이었다. 어느 날 그녀는 불쑥 울적한 목소리로 나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별 말 도 없이, 계속 술잔을 기울였다. 이따금 하는 말이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우울한 이야기들뿐이었다.


재밌는 영화..라도 같이 볼까?”


 도대체
, , 어떻게, 그런 멘트를 쳤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다. 술기운이 얼근히 올라 있었고, 그녀는 인사불성인 상황.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함께 걸어 나왔다. DVD방이라는 곳에 도착해 지갑을 꺼내고 카드를 긁는 나의 모습을 종업원은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그녀가 술에 취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일주일 후
,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맥주나 한잔 하자차마 답장을 하지 못했다. 그녀를 둘러싼 소문들이 떠올랐다. 그녀가 조금 하찮게 느껴졌던, 한없이 어린 시절이었다. 그때 이후로는 연락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괜히 아쉽다. 정말 잘 빨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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