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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집에 들어와 시험공부를 한다고 세 시간동안 한 번도 방을 나오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이름도 모르는 모니터 속 일본 처자 앞에서 고추를 흔들고 주무르고 어르고 달래가며 여섯 번이나 자위를 했다. 고추도 노조가 있었다면 벌써 파업을 했을 것이다. 밤늦게 방에서 기어 나와 벌컥벌컥 우유를 들이키던 나를 보는 부모님의 시선. 그 해 가을은 그 시절 날 보던 부모님의 시선만큼이나 따사로웠다.

 

 교양 수업을 듣고 나와 죄책감을 느끼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순간, 한 모금 빨고 내뱉으려는데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 어 안녕” “너도 이 수업 들어?” “응 나는 소중하니까까르르 웃던 그녀는 명숙이었다. 조증에 걸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잘 웃고 뽀얀 피부에 환한 표정과 웃을 때마다 얼핏 보이는 덧니가 인상적인 동기였다. 친하지는 않고 안면만 튼 사이의 대화가 오갔다. 그리고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염색과 파마로 상한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사라져갔다. 제법 통통한 친구였는데, 문득 그녀의 배를 꽉 쥐어 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그녀를 생각하며 자위를 했다.

 

 일주일에 두 번 씩, 언젠가 꿈에서 봤던 것처럼 그녀를 만났다. 대화 내용은 늘 같았다. 친구년들이 유난히 쑥덕거리던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왜 맨날 여기서 담배를 펴?” “그냥, , 너 보고 갈라고” “그래?” 담배를 바닥에 놓고 발목을 비틀었다. “저기, 나 은행 갈 건데 같이 붕어빵 먹을래?” “좋지, 난 붕어빵이 참 좋더라고. 우리의 삶을 보는 것 같지 않니?” 명치끝이 간질간질한 이 느낌. 그녀가 날 보고 눈웃음을 짓는 순간 속에서 나는 어젯밤 부랄 만지던 손으로 그녀의 보드라운 손을 장난삼아 덥석 잡아 보기도 하고, 머리카락을 만지다가, 시답잖은 농담을 던져놓고 관심을 구걸했다.

 

 그녀와 나 사이에는 금방이라도 팍 튀어나갈 것 같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가슴에서 뜨겁게 올라오다가도 목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다 이내 한숨이 되어 나오곤 했다. 한숨을 유난히 많이 쉬던 날 저녁 그녀와 술을 먹었다. 고개를 삐딱하게 숙이고 테이블 위에서 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있던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기로 하고, 십 분 뒤 그녀는 집 앞 계단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날 휙 돌아봤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 집에 커피 있니?” “” “한잔만” “그래커피를 좋아하는 고추가 부끄러웠다. 팽팽한 바지의 청년은 그녀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 문을 '쿵' 닫고 불을 '톡' 키자마자 나는 그녀의 어깨를 꽉 잡고 그녀의 입술을 마구 쪼아 댔다. 그리고 혓바닥을 제다이의 광선검처럼 휘둘렀다. 불닭과 약간의 치즈냄새를 느끼며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고 그녀는 불을 껐다. 천천히 그녀의 껍질을 깠다. 희고 통통한 몸에 조각난 가로등 불빛이 듬성듬성 닿았다. 더듬더듬 물고 빨다가 슬쩍 팬티에 손을 집어넣었다. 거친 음모가 낯설었다. 사실 그녀도 그랬다. 그녀의 몸도, 행동도, 모두 낯설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선구자가 된 마음가짐으로, 나는 힘겹게 빤스를 벗어 던지고 그녀와 나의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성스러운 삽입을 했다. “!” 근데 좀 급하게 했나보다. “미안..” 끝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나의 고추는 애드벌룬만큼이나 빵빵했다. 대서양을 가로지르는 한 마리 참치처럼 나는 그녀의 몸 위에서 능숙하게 헤엄쳤다.

 

 첫 경험 이후로 야동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건 확실했다. 저 자세에서 저렇게 집어넣어 주는구나. 같은 자세에서도 찌르는 방향이 다르구나. 골반을 꽉 잡고 떡을 쳐야 보기가 좋구나. 요염한 자태의 일본여성들을 농구선수 개인기 하듯 거칠게 잡아 돌리는 남성 배우들이 참 멋있었다. 누 캄프의 리오넬 메시를 동경하는 중학생 축구부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상속의 체위는 뒷전이었고 나는 '그녀를 어떻게 다뤄야 뒤집고 박을 수 있을까'하는 궁리만 하고 있었다. 근데 말을 하기는 좀 민망했고 깨작깨작 위아래로 하다가, 그냥 그러다가 쌌다. 참으로 평범하고 부드러운, 영화로 치자면 홍상수의 영화 같은 섹스였다. 별 말 없이 그녀를 부둥켜안고 한동안 물고 빨다가 또 한판 치고 잠을 잤다. 마치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하나였어요.’ 하는 기분으로.

 

 그녀의 집은 안산에 있었고 자취방은 학교에서 십 분 거리의, 다 쓰러져가게 생긴 빨간 벽돌의 빌라였다. 내가 근육을 좀 키워서 거칠게 섹스를 하다보면 집이 무너져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자취방에서 우린 밤낮으로 섹스를 했다. 씻고도 하고, 안 씻고도 하고, 옷을 입고도하고, 홀딱 벗어놓고도 하고,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야동을 틀어놓고, 라디오를 틀기도 하고, 앞으로, 뒤로, 옆으로, 위로 참 부지런하게도 넣었다 빼며 한 학기를 보냈다. 그러다 가끔 심심할 때는 빈 강의실에서 슬쩍 그녀의 귓불을 물곤 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 버렸으면 좋겠다느니, 한 시간만 떨어져 있어도 보고 싶다느니, 가사를 쓴다면 저작권 침해 소송이 들어올 것만 같은 진부하고도 유치한 이야기들로 수많은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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