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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웠던 것의 반복됨이란 일상이라는 지루함이다. 이 공식은 포청천의 개작두를 대령하라는 명령만큼이나 냉정했다. 크진 않지만, 만지다 보면 와우보다 즐거운 그녀의 가슴과, 왼쪽에만 점이 하나 나 있는 그녀의 흰 엉덩이와, 말랑말랑한 그녀의 허벅지 앞에서, 가끔 나는 안방에 걸어둔 가족사진을 보고 있는 기분이 되어 버리곤 했다. 나의 수준 높은 개그를 가끔은 눈치 채지 못하고 어벙하게 있는 모습이 때로는 답답하기도 했다. 마침 남자 동기들과 유난히 술자리가 잦았고, 술을 좋아하는 그녀는 친구에게, 그것도 남자에게 업혀오는 날이 가끔 있었다. 전부터 그것 때문에 몇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고, 얼굴을 붉혀가면서까지 성질을 부렸건만 그녀는 과음을 끝내 고치치 못했고 영하 13도의 강추위 앞에서 나는 컨디션 한 병과 함께 그녀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리고 씨부렁 씨부렁 거리면서 자취방까지 온 뒤에 냉장고에 묵혀두었던 6개월 된 소주를 단숨에 들이켰다.

 

 한 달 동안 몇 번의 부재중 전화와 문자 메시지가 왔다. 답신은 하지 않았다. 전화를 받고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다시 전 같은 괴로움이 반복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소주를 컵으로 마셨다. 어느 날은 소주를 병째로 들고 마라토너 이온음료 마시듯 하더니 병을 놓쳐 깨뜨리고 웃통을 깐 다음에 밖으로 달려 나가 화단 위에서 킹콩처럼 울부짖으며 내 가슴을 마구 두드렸단다. 그러다가 손톱으로 가로 줄무늬를 그었는데, 다음날 실 같은 핏자국이 남았다. 후드티 구석에는 말라붙은 토사물 자국이 보였다. 나는 후드티의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자취방 앞 계단에 쭈그려 앉아 담배를 피웠다. 고등학교 시절 글로벌 스탠다드 단발머리 여고생이었던 진숙이와 함께 비닐하우스 뒤에서 담배를 피우던 기억을 회상하며 죄책감을 느꼈다. 지금은 화장도 잘 하고, 옷도 잘 입고 다니면서 양아치들이나 만나고 그럴까. 젖은 참 컸는데, 왜 미친 척 들이대 보지도 못했을까. 어쩌다가 한번 보면 본 김에 한번 주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불똥을 털고 일어섰다.

 

 그리고 또 한 달 후 명숙이가 늘 그녀를 업어주던 친구와 그렇고 그렇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주를 마시다가 그놈이 명숙이의 뽀얀 엉덩이를 주무르며 뒤로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그러고 담배를 연거푸 두 갑이나 태웠다. 그날은 왠지 킹콩이 될 힘이 나지 않았다. 추위에 번데기가 된 고추처럼 마음이 한없이 쪼그라들기만 하는, 유난히 추운 겨울이었다.

 

 고추고 마음이고, 추위는 제멋대로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OT에 참석한 신입생들에게 이빨을 털고, 겁을 줘 가면서 놀다가 친절하게 밥도 사주고, 시험도 보고, 외투를 벗기 시작하면서 낮에는 덥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술김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있던 여자 아이를 덥석 끌어안았다가 뺨을 맞기도 했고 나와 유난히 친한 줄 알고 패밀리 레스토랑까지 빈번하게 갔던 후배가 알고 보니 모든 남성의 베스트 프렌드였던 적도 있었다. 씁쓸할 때마다 드는 명숙이 생각에 내 고추는 별밤 헤는 감옥의 죄수마냥 아련했다.

 

 카페에서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짜증이 날뿐더러 점심때마다 시럽이 없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그리워질 무렵, 나는 기말고사를 보게 되었다. 계절학기 수업을 듣고 싶었지만 위대하신 아버님께서 또 아름다운 적자를 내시는 바람에 다음 학기 등록금은 어떻게든 되겠는데 생활비와 방세가 시급했다. 성욕은 포기한지 오래다. 이젠 채식이라도 시작해 볼까싶은 마음까지 들었다. 그렇게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공장에는 팔뚝의 문신이 냄새나게 어울리고 싸움 실력만큼이나 머리가 나쁠 것 같은 노식이형이 있었다. 노식이형은 담배를 피울 때마다 미간을 한껏 찌푸리며 간지를 뽐냈는데, 우중충한 월드스타같은 등빨과 키, 날렵한 눈썹라인에 빤스를 촉촉이 적실 여성이 한 둘이 아닐 것 같았다. 실제로도 그랬다. 덕분에 이삭을 주워먹는 비둘기의 마음으로 여성들과의 술자리를 한두 번 가진 것이 아니니까. 게다가 노식이형의 그것은 동양인의 한계를 넘어서 있었다나 뭐라나. 자기 입으로 그렇게 어마어마하다고 자랑해놓고서는, 막상 그걸로 놀리면 화내면서 은근히 즐기는 노식이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건전한 취미를 가지고 있어서
, 노식이형은 여자들을 꼬실 때 가끔 등산을 하러 가자고 한다. 실컷 땀을 흘린 뒤에 막걸리 한 사발 하고 핥는 겨드랑이 맛이 그렇게 좋다나 뭐라나. 섹스를 얼마나 하면 저런 망측한 취향을 가지게 될까 싶으면서도 다음에는 겨드랑이를 핥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홍대의 요상한 술집에서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다가 아니나 다를까, 노식이형의 핸드폰이 몇 번 울렸고 난 곧 해달라고 조르면 한번 줄 것만 같은 아가씨들에게 휩싸이게 되었다. 그 중에 유독 속눈썹이 낯익은 예쁜이가 하나 있었다. “이름이 뭐에요?” “진숙이요” “남진숙?” “, 근데 혹시?” “야 나야 세상고 삼학년 칠 반” “!” “이거 완전 촌티를 벗었네 많이 예뻐졌다 야

 

 우리는 비닐하우스 뒤에 숨어 담배를 피우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예쁘기로 소문났던 진숙이 친구 경원이가 낙태를 했다느니, 정희는 성형을 하더니 과거세탁하고 친구들하고 연락도 안한다느니 자기도 쌍수를 하고 살을 뺀 다음에 풀 메이크업을 하다 보니 남자가 몰리더라는 둥 건전하지 않아야 좀 좋을 것 같은 술자리에 쓸데없는 추억을 노점상 할머니처럼 늘어놓으며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술김에 진숙이네 집까지 쫒아가 소주를 한 병씩 더 비우고 신나게 떡을 쳤다. 혼비백산한 상황에서도 에로틱한 샤우팅을 우렁차게 할 수 있는 그녀의 용기와 흥에 감탄했다. 방음이 잘 안 되는 것 같았는데. 아까 옆방 텔레비전 소리가 다 들린 것 같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진숙이의 혓바닥 테크닉은 나를 요단강 나루터까지 다다르게 했다. 가슴도 생각보다 꽤 컸다. 호빵만한 유방만을 영접해온 태초와 같은 암흑 속에서, 그녀의 거대한 가슴은 꼬꼬마 동산의 능선을 타고 오르는 찬란한 태양이었다. 그 당시 절이라도 한번 하고 삽입을 하고 싶었으나, 시간이 없었다. 나의 존슨은 몹시 화가 나 있었고, 몸속의 아드레날린과 테스토스테론과, 27천만의 정자들까지 독재자에 저항하는 시민들처럼 날뛰었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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