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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생존기

에필로그

프로매국노 2019. 11. 11. 22:35

안녕하세요. 

 

별 볼일 없는 블로그였지만 나름? 조용히 눈팅하시는 분도 많고 해서 한국에 돌아간 이후 어떻게 되었나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처음엔 잘 이야기하지 않았던 부분이 있었지만, 원래 요리를 5년 넘게 했는데, 어처구니없게도 지금은 금속가공을 하고 있습니다. 주 분야는 CNC 모형 절단과 Co2용접입니다. 

 

요리를 하던 놈이 왠 금속가공이냐? 이런 생각을 하시겠죠.. 저도 그렇습니다. 

 

다만 이건 제가 뉴질랜드로 출국할때, 동생은 금속가공을 배우고 저는 뉴질랜드 이민을 목적으로 가서 

 

둘중 성공한 사람이 있으면 그 분야로 정착하자는 가족의 의견이 있었지요 

 

결국 동생이 크게 성공해 가족이 수억대의 빚을 베팅하며 금속가공 업계로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워낙 격무를 소화하는 동생이다보니, 새로운 업장에 신경 쓸 겨를이 별로 없었던게 빤히 보이는지라 

 

가족된 입장에서 그저 외국에서 유유자적 구경이나 하고 있을수가 없었지요 

 

그렇게 올해 2월에 들어와 지난 9개월여간 열심히 공장을 키웠습니다. 

 

아버지께서 직접 현장을 지휘하며 논두렁을 메꾸고, 철골을 올리고, 판넬을 붙이고, 제가 들어올때쯤은 아스콘 포장을 하고, 기계를 들여놓고, 자재를 들여놓고, 사무실을 만들고, 컴퓨터도 놓고, 직원도 뽑고, 일도 따오고, 불량 내고 욕도 오지게 먹어보고... 하루만에 수백만원도 벌어보고 한달 내내 뒤지게 일했는데도 천만원씩 까져 보기도 하며.. 

 

2019년은 정말 정신 없는 한해였네요. 

 

그렇게 잘 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열심히 하다보면 잘 될거라는 희망만은 가슴속에 가득 품고 지옥같은 매일매일을 이겨낸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온 한국은 정말 좋았습니다. 

 

예전에 비해 인터넷으로 살 수 있는 것들도 정말 많아졌고, 편의점 물건들의 퀄리티도 지난 3년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고, 노래방은 무슨 죄 코인노래방을 다니질 않나...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어울려 진탕 술도 마셔 보고, 그렇게 미친놈처럼 놀아봐야 뉴질랜드시절 1차갈 돈만큼도 안나오는걸 보고 다시금 불알을 탁탁 치곤 했지요 

 

뭣보다도 외국에 한번 갔다온 이상, 외국의 참담한 인프라를 직접 느껴보고, 소수자로서의 삶을 살아본 결과 블로그 운영 초기에나 하던 헬조선 운운하던건 그냥 쉽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노력은 하기 싫었던, 그래서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었던 본인의 나약하고 비열한 속마음이 나라 혹은 시스템 탓으로 발현했던것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호주, 혹은 뉴질랜드, 캐나다, 뭐 많죠.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세요. 가서 꼭 성공을 하거나 정착을 하겠다고 생각 말고, 그냥 돈좀 시원하게 버린다 생각하고 한번 갔다 아니면 와야지 하고 생각하고 가면 마음도 편할 겁니다. 

 

가서 행복하시면 그냥 살아도 되지만, 저처럼 뭔가에 좀 미치고 싶거나,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열망이 강렬한 사람들이면 아마 만족하기 힘들겁니다. 거기선 뭘 해도 그저 그렇게밖에 될수 없다는 생각밖에 안들거든요. 특히 이민노동자 1세대의 경유 향유할수 있는 삶의 질에 결정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물론 능력이 좋으시다면 그렇진 않겠지만요. 

 

뉴질랜드에 오기 전 한국에서의 삶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전생에 뭘 잘못해서 이런 좆같은 나라에서 태어나가지고 좆같은 세상에서 좆같이 사는구나 싶은 생각밖에 안했거든요. 

 

그런데 살다보니 더 좆같은 곳에서 더 좆같이 사는 사람들과 함께 아주 시궁창 쥐좆같이 살아보니깐 한국 생활이 그렇게 좆같지도 않더라 그냥 이생각밖에는 안듭니다. 

 

전에도 적었다시피 이제는 한국에서라면 뭘 해도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네요. 

 

요즘은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경쟁에 치이는 20대 30대들이 많이 보이곤 하는 것 같네요. 저는 뭐 갚아야 할 빚만 십수억대고 들어오는 돈은 마이너스지만 그냥 살고 있습니다. 

 

다만 언제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희망,

 

혹여나 존나 망하더라도 그러려니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좆이나 까잡수라고 할 수 있는 담담함을 가지고 살아가려 합니다. 

 

누구나 다 힘들고, 크거나 작은 고민에 마음 졸이며 살아가고 있는 세상인데, 그 속에 나만 좆같다고 백날 외쳐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이제서야 느낍니다. 

 

다들 열심히 사시고, 그동안 뉴질랜드 생존기 즐겁게 읽어 주시고 댓글도 달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철강업계를 컨셉으로 한 네이버 블로그도 준비중이니 오픈하면 많이들 놀러 오시구요. 

 

그리고 저 욕한 새끼들은 어머니 내일 차에 치여 돌아가실거니까 육개장이나 미리 끓여 놓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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