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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Y AND MARY

프로매국노 2011. 5. 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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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우연히 구한 사진인데 드럼치는 형의 머리숱을 보아하니 오래되지 않은
 과거의 사진인듯 싶다.

 대략 2004년쯤, 지금은 세월의 흐름 속에 침잠된 Hysteric Blue라는 밴드의 음악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보컬 타마의 청명한 음색과 가창력은 발군이었다. 한없이 팝에 가까운 락도 좋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대략 앨범 전체의 완성도가 낮은 느낌인데 이걸 정확하게 뭐라고 해야 할 지가 미묘하다. 쉽게 말하면 후진 곡들이 많았다. 그들의 정보를 검색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그룹이 JUDY AND MARY(이하 JAM,주디마리)였다. JAM은 히스테릭 블루의 롤 모델이었다. 장담컨대 그렇게 생겨난 밴드들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주디 앤 마리는 93년부터 01년까지 6장의 앨범을 냈고 해체 후에는 2장의 베스트 앨범을 냈다. 메인 보컬인 유키는 백만 마력의, 힘이 넘치는 보컬이었다. 이외의 멤버들은 병풍 고다(드럼)를 제외하고 '히로뽕 간지'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곡을 쭉쭉 뽑아 냈다. 그룹명 JUDY AND MARY에 대해서는 'Positive와 Negative로 설명되는 두 여자 아이를 생각하고 만든 것'이라는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난다. 정확하지는 않다. 하지만 주디마리의 음악을 관심있게 즐겨 들은 팬이라면 JUDY와 MARY의 두 가지 요소가 펑크와 팝(혹은 사이키델릭)을 표현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펑크와 팝의 차이는 '온다(베이스)'와 '타쿠야(기타)'의 차이이며  1집에서 3집까지와 4집에서 6집까지의 차이로 이야기할 수 있다. 

 1집에서 3집까지의 음악들은 전반적으로 펑크다. 1, 2집은 그저 그랬으나 3집은 90만장(90만 장) 정도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당시는 온다가 빚어낸 '본격 말괄량이 소녀의 펑크락 밴드'였다. 개인적으로 락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에 펑크라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스럽긴 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음악들이 전반적으로 매우 밝다는 것이다. 가사의 내용도 그렇고, 곡의 구성이나 전개 등이 후반기에 비해 비교적 단순 명쾌하다. '자전거', 'Over drive' 같은 곡을 듣다 보면 마치 한편의 '청춘러브코메디'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듯이 당시에는 온다가 주로 작곡을 도맡아 했다. 사진에는 잘 나와 있지 않지만 온다를 자세히 보면 매우 암울해 보인다. 하지만 내면은 상큼한 오렌지빛으로 구성돼 있음이 틀림없을 것이다.  

 타쿠야의 역습은 4번째 앨범 '더 파워 소스'의 '러블리 베이베', '쿠지라12호', '클래식'으로 시작된다. 보통 4집의 '소바카스'를 명곡으로 꼽는 이들이 많다만, 개인적으로 주디 앤 마리 역사상 최악의 곡으로 생각한다. JAM의 음악 전반에 비하면 미묘한 위화감과 지나치게 상업적인 느낌이 난다. 반면 '쿠지라12호', '클래식' 등의 곡은 기존 주디 앤 마리의 음악과 차이가 느껴진다. 타쿠야는 펑크와 단순 명쾌함으로 무장한 기존의 음악들에 작별을 고한다. 이때부터 유키의 목소리는 보다 복잡하고 세련된 감성을 지닌다. 어찌됐든 온다의 역작 소바카스와 타쿠야의 각성에 힘입어 '더 파워 소스'는 200만장을 웃도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다섯 번째 앨범 'Pop life'부터는 대부분의 곡을 타쿠야가 작곡한다. 이때부터 사이키델릭의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뮤직 파이터'는 꽤 전위적인 느낌이지만 '지저스! 지저스!'는 충분히 들을 만하다. 'Warp'의 'Brand new wave upper ground'도 추천한다. 하지만 사이키델릭은 맛보기 수준이다. 타쿠야의 진면목은 팝이다. 개인적으로 타쿠야가 작곡한 곡들을 온다가 작곡한 곡들보다 좋아한다. 타쿠야의 음악들은 온다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미묘한 감정들이 녹아 있다. '이로토리도리노세카이'나 '클래식', '러버소울'에서 느끼는 잔잔함도 좋다. 신나는 음악 중에서는 '히토츠다케'를 제일로 꼽는다. 

 2001년의 마지막 앨범 'Warp'를 끝으로 주디 앤 마리는 해산한다. 5집부터 시작된 타쿠야 위주의 작곡, 유키의 성대 수술, 각자의 음악적 성향 및 기타 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해체하고 한참 뒤에 나온 완전판 '프레쉬'의 국내 발매판에 수록된 칼럼에 그 이유가 자세하게 적혀 있었는데 앨범을 집에서 분실한 상태라 상세히 적을 수 없는 것이 애석하다. 이렇게 JUDY AND MARY는 끝을 맺게 되었고, 4명의 멤버는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장가도 가고 시집도 가고 적절하게 잘 살고 있다. 

 그들의 마지막 앨범이 나온 지도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JAM에 관한 글들이 가끔 올라오는 것이 보인다. 정말 파급력 하나는 대단하다. JUDY AND MARY의 음악들은 정말 잘 만들었다. 앨범 하나 하나 빠지는 것이 없으며 각각의 앨범마다 다양한 특색을 지니고 있다. 그들이 좀 더 오래 갔으면 어떻게 되었을 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이 좋다고 본다. 정점에 오르고 약간 기세가 꺾일 때 쯤에 깔끔하게 마무리된 것이 좋다. 이렇게 JUDY AND MARY에 대해서는 아름다운 기억들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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